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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에 낭만은 없었다!

함께하는 영화話

by 하승범 위드아띠 2014.02.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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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Joyeux Noel, 2005년 프랑스, 독일, 영국, 벨기에)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프랑스, 스코틀랜드연합군이 독일군과 불과 100M의 거리를 두고 치열한 참호전을 벌이던 곳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나누며 휴전을 하고 무인지대(No Man's Land)를 만들어 어울리는 꿈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감독 : 크니스찬 카리온 Christian Carion

출연 : 다이앤 크루거 Diane Kruger 벤노 퓨어만 Benno Furmann 기욤 까네 Guillaume Canet 게리 루이스 Gary Lewis 대니 분 Dany Boon 다니엘 브륄 Daniel Bruhl 루카스 벨보 Lucas Belvaux 


트렌치코트에 낭만은 없었다!


요즘 같은 아침 찬기운이 으산한 가을날씨에는 멋진 '트렌치코트'가 어울린다. 그런 멋진 '트렌치코트(Tranchcoat)'는 원래 말그대로 군인들의 '야전용 외투'를 의미했다. 습한 참호 속에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방수기능을 가진 트랜치코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생겨났다. 이런 '트렌치코트'는 요즘 기능적으로 정장이나 캐주얼에도 조화를 잘 이루는 멋진 패션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입을 수 있는 의상이 되었다.


"트렌치코트에 낭만은 없었다!" 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투를 다룬 ''존 엘리스'의 저서 '참호에서 보낸 1460일(Trench Warfare in World War I)' 한국어판 부제목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하면 떠오르는 연상은 영화 '데스워치 (Deathwatch, 2002, 영국 독일)'의 그 축축하고 음습한 참호(Tranch)이다. 이렇게 진흙으로 짖이겨진 참호속의 생활은 결코 낭만일 수 없다.


더구나 영화 '칼리폴리 (Gallipoli, 1981년 호주)'에서 처럼 적군이 기다리는 기관총을 향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병사들의 모습은 1,000만명이 목숨을 잃은 인명경시의 '대량살상'시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무모한 돌격전과 그에 따른 말도 안되는 전쟁논리를 영화 '영광의 길 (Paths Of Glory, 1957년 미국)'이 잘 표현하였고 프랑스에서는 상영금지가 되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은 고전적인 기동전에 익숙한 당시 군수뇌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전쟁형태였다. 개전 초기 독일군은 기동전으로 전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연합군의 반격을 저지하려는 독일군의 저지선 형성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참호전투'로 이어진다. 제1차 세계대전은 대도시를 벗어나서 주로 시골에서 벌어졌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럼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 잔혹행위도 극히 드물었다. 결국 전후 사회가 신속하게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던 까닭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참호로 뒤범벅되었던 그리고 시체와 피로 물들었던 들판은 농경지나 초지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이 영화는 당시 '크리스마스 휴전 (The Christmas Truce)'으로 알려진 실화를 기초로 한다.


1914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휴전은 실제 있었던 일이다.


1914년 8월 독일군은 벨기에와 프랑스국경을 넘어 6주일 이내에 전쟁을 끝내길 원했다. 그러나 9월 초 프랑스 파리 근처 마른강 유역에서 프랑스와 영국 연합군에 의해 독일군의 공세가 저지당한다.


단기간의 승리에 실패한 독일군은 첫 5주간 전쟁에서 빼앗은 벨기에와 프랑스 영토를 고수하기로 결정하고 스위스 접경 벨포트에서 북해까지 참호를 기반으로 철통같은 방어선을 구축한다. 결국 이렇게 형성된 참호전투는 엄청난 대량살육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전쟁방식이 되었다. 무모한 돌격전에 익숙한 지휘관들에게 이런 새로운 전쟁은 쉽게 적응되지 못했다. 


이렇게 새로운 유형의 전쟁방식은 또 다른 소통을 만들기도 했다. 이 영화는 당시 '크리스마스 휴전 (The Christmas Truce)'으로 알려진 실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 오랜 시간 100여m 심지어 20여m 간격의 참호 속에서 함께(?) 지내다보면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199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플랑드르 지역에서 영국군 참호에는 건너편 독일군 참호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들려왔다. 독일어로 불리워지는 이 노래는 점차 영국군 참호에서 영어로 따라 부르기 시작하고 양쪽 참호의 합창으로 이어졌다. 함께 노래를 나누며 긴 밤을 보내고 새벽녘에 독일군 참호에서 한 장교가 무인지대로 나왔다.


그 독일군 장교에 의해 제안된 영국군과의 대화가 잠시 휴전을 하게 되었다. 이 소식은 수많은 양쪽 병사들의 동의에 의해 전선 전역에서 이루어졌다. 그들은 무인지대의 전사한 동료들의 합동장례식을 치루고 함께 축구경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크리스마스 휴전 (The Christmas Truce)'은 양쪽 병사들이 가족들에 보낸 서신에 대한 검열과정에서 드러났고 군수뇌부의 분노로 종결되었으며 이후 전쟁기간동안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휴전이 필요하고 추억이 되는 시기이다. 


형언할 수 없는 악조건의 참호 속에서 바로 눈 앞의 적을 향해 끔찍한 살육전을 벌였던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양측 사이에서 증오심이 아니라 전우애와 비슷한 관용이 존재하였다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양측 참호 중간의 무인지대에서 적과 동료애를 나눈 이들 병사의 증오대상은 비슷한 처지의 적군이 아니라 후방에서 안전하게 근무하며 지내는 아군들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지휘관들에게는 "우리는 유혈 전투 없이 승리한 장군에게는 관심이 없다. ~ 그러나 인본주의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 이유는 없다"는 군사적 금언이 강조되었다. 이런 까닭에 병사들은 '죽는 방법'을 습득했고 지휘관들은 휘하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은 비극적이고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전쟁은 군인들에게 맡겨놓기엔 너무나 심각한 문제이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정치인이 한다"는 조르주 클레망소 전 프랑스 총리 (1841년~1929년)의 말처럼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정치는 전쟁을 원한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결국 그 결과는 또 다른 새로운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양상은 잔혹한 폭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현대전쟁은 군인보다 민간인의 피해가 몇배 더 많아지는 "새로운 전쟁" 방식이 일반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 (The Christmas Truce)'이 필요하고 추억되는 이유가 아닐까! 

프랑스군 소대장은 자신을 질책하던 상관에게 "당신은 나와 같은 전쟁을 겪고 있지 않습니다. 독일군을 죽이라고 책상위에서 외치지만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독일군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라는 항변한다.


또한 스코틀랜드 군목 레베크가 독일군과 함께 미사를 집도한 그의 행동을 질책하는 주교에게 "진정한 주님의 평화를 그곳에 보았습니다. 주 예수께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미사를 인도했다고 믿습니다" 그리곤 그의 믿음과 주교로 대변되는 교회의 믿음이 다름을 느끼곤 목에 걸린 십자가를 벗어 놓곤 방을 나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의미를 정확히 보여준다. '평화'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가슴 따스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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