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 감상究

영화속의 전쟁 - 파리의 저항운동

하승범 위드아띠 2007. 3. 19. 13:54

6월14일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문화 도시 파리로서는 수치스러운 날이다. 1940년 그날 나치 독일군은 파리를 점령했다. 보불전쟁(1870~71년)에서 프러시아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와 헬무트 폰 몰트케 장군이 지휘하는 프러시아(오늘의 독일) 군대가 파리를 포위, 프랑스가 항복한 지 70년 만에 다시 겪은 수치였다.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 6월)의 성공은 파리 해방이 멀지 않았음을 뜻했다. 그렇지만 많은 프랑스인은 44년 8월 파리에서 독일군을 몰아낸 주역은 연합군이 아니라 레지스탕스(resistance·저항운동)였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파리 시민들은 샤를 드골 장군이 이끄는 ‘ 자유프랑스위원회’의 대독(對獨) 항전 요청에 따라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여 파리 해방을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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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해방을 다룬 명화는 ‘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Is Paris Burning?·르네 클레망 감독·66년·173분)과 ‘ 전쟁과 사랑’(Train, The·존 프랑켄하이머 감독·65년·133분)이다. 두 작품 다 미국·프랑스 합작의 흑백 영화로 여러 부문에서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다.

알랭 들롱의 출세작 ‘ 태양은 가득히’(60년)로 잘 알려진 클레망 감독의 ‘파리는…’는 파리 시민들의 무장 봉기를 사실적으로 다뤘다. 이 영화의 뼈대는 파리 주둔 독일군 사령관의 고민과 결단, 거리로 나선 레지스탕스들의 활약이다.

군인으로서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파리를 잿더미로 만들고 철수할 것인지, 아니면 항명죄를 무릅쓰고 예술의 도시 파리를 보호할 것인지. 그 자신 예술 애호가인 독일군 사령관은 본질적으로 ‘ 비인간적’ 전쟁의 한복판에서 ‘ 인간적’ 고민에 휩싸인다. 한편 파리 시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파리를 되찾기 위해 레지스탕스에 뛰어든다.

영화 장면의 대부분이 철로 위에서 벌어지는 ‘ 전쟁과 사랑’은 ‘ 기차’라는 원제목과 달리 국내에 소개됐다. 연합군이 오기 전에 르누아르·모네 등 파리 미술관의 유명 예술품들을 독일로 옮기려는 독일군 발트하임(폴 스코필드 분)대령과 파리 철도역 간부 라비쉬(버트 랭커스터 분)의 대결이 영화의 큰 흐름이다.

예술품 반출을 막으려고 레지스탕스와 손잡고 땀에 전 채 분투하는 랭커스터,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는 냉철한 독일군 장교 역의 스코필드. 둘 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품 완성도가 높아 2시간 넘게 긴장 속에 봐야 한다. 석탄으로 달리는 옛 기차에 걸맞게 흑백 영화 특유의 질감이 돋보인다.

하나 짚고 넘어갈 사항. 프랑스가 독일에 패해 항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뽑힌 배경에는 레지스탕스에 참여한 무명 시민들의 헌신적 분투가 깔려 있다. 레지스탕스는 프랑스가 승전국으로서 연합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분이다.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유용원의 군사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