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게임-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 어마어마한 판돈이 걸린 한 판의 도박. 판돈은 광대한 중앙아시아. 실은 중앙아시아만이 아니라 카프카스 지역, 티베트, 그리고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까지 포함된다. 한반도 분단 내력도 이와 떼어놓을 수 없다. 게임 플레이어, 즉 도박꾼들은 영국과 러시아. 여기에 프랑스도 끼어들고 독일도 끼어들며, 나중에는 영국의 자리를 미국이 대신 차지한다. 제1차 그레이트 게임은 1800년대 초부터 1907년 영-러 협약까지 100년간 계속됐다. 2차 게임은 1917년 볼셰비키혁명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그리고 냉전과 소련 붕괴 및 러시아의 재건과 신냉전이 시작된 지금까지 제3차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말하자면 게임은 현재진행형이다.
; 피터 홉커크 (Peter Hopkirk) 지음 | 정영목 옮김 | 사계절
저널리스트 출신의 영국 중앙아시아 전문가 피터 홉커크의 <그레이트 게임>(1990)은 제목 그대로 바로 이 문제를 다루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취한다. 딱딱한 정세분석 방식이 아니라 영국과 러시아의 야망에 불타는 애국주의 청년 장교들과 모험가들이 위험지대를 넘나들며 정세를 파악하고 지도를 작성하는 등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박진감 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다. 초점은 제1차 게임에 맞춰져 있다.
최근 그루지야 자치공화국들 분리독립 문제에 미국과 러시아가 개입함으로써 카프카스 지역이 소란하다. 이에 앞서 9·11 사태를 빌미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옛소련 소속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에 재빨리 기지를 설치하고 선거에 개입했다. 카프카스 지역 왼쪽에는 흑해, 오른쪽에 카스피해와 그 너머에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그리고 북쪽에 러시아, 남쪽에는 터키와 페르시아(이란)가 있다. 지정학적 요충이다. 지금 이곳에 손 큰 도박꾼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엄청난 보물들 때문이다.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 등 그 주변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보고이고 금·은·구리·아연·납·철 등의 자원도 풍부하다. 그루지야 바로 밑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유전이 상징하듯 카프카스는 막대한 자원 매장지이자 카스피해 주변 석유와 가스를 서방으로 운반하는 송유관들이 통과하는 길목이다. 이 지역 확보 여부는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안보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러시아와 영국(1878, Emir Sher Ali)
1차 게임은 1907년 영-러 협약으로 마침표를 찍는데, 그들이 대결을 끝낸 것은 카프카스·페르시아·아프간 등으로 밀고 들어온 독일과 터키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영-러 협약의 핵심은 페르시아와 아프간, 티베트 지역에서 양국이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었다. 그중에서 페르시아에 관한 조항은 북부지역을 러시아, 남부지역을 영국이 나눠 갖고 중간에 중립지대를 설정한다는 것이었다. 1945년에 영국을 대신해 게임의 한 당사자가 된 미국과 러시아(소련)가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고 중립지대를 설치한 건 제국주의 침략사에서 다반사였던 것이다. 러-일 전쟁과 영-일 동맹은 한반도 등 동북아 쪽에서 남하하려던 러시아와 이를 저지하려던 영국·일본 간의 그레이트 게임이었다.
<그레이트 게임>은 이런 제국주의 큰손들 도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다만 다음과 같은 사항만 주의하시라. 할리우드 서부극이나 전쟁영화를 볼 때 자기도 모르게 가해자인 미국에 동조하고 미국편을 들게 되듯 영국이나 영국이 대변하는 서방적 가치에 자신을 맞추는 동일시 현상을 경계하면서 읽을 것! 활극에 못지않게 그 때문에 희생당한 무수한 인도인, 아프간인, 중앙아시아인들을 생각할 것! <출처 ; 한겨레 2008-08-29>
'함께하는 영화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분쟁지역 - 키프로스 (0) | 2008.09.03 |
---|---|
한국전쟁 관련 도서목록 (0) | 2008.08.30 |
'발키리' 엑스트라들 "톰 크루즈, 120억 내놔!" (0) | 2008.08.27 |
토론토 국제영화제 개막작 , 전쟁영화 '페젠데일' 선정 (0) | 2008.08.26 |
이현세 만화 '남벌' 200억 대작 영화로 재탄생 (1) | 2008.08.24 |